수학여행

똑같은 터미널 이지만 공항 터미널은 버스터미널보단 조용하다. 그 조용함에 눌려 팔딱팔딱거리는 설렘이 공항 특유의 분위기를 만든다.

공항에 들어서자 마자 남부버스터미널에 온 듯한 분위기를 받았다. 사방에서 내 귀를 찌르는 조잘거림. 너무나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 신난기운이 만연하다 못해 터미널 콘크리트 벽을 부수고 터져나갈것만 같았다.

"야. 나 용돈 10만원 받았어. 이모가 잘 다녀오라고 용돈을 주시더라고. 근데 아, 벌써 5000원 썼네." 엔젤리너스에서 음료수를 들고 나오는 학생들이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주위엔 교복을 입은 학생, 거의 사복으로 교복을 다 가려버린 학생, 교복을 입은건지 걸친건지 뒤죽박죽 맘대로 입은 학생. 다양한 학생들과 다양한 교복들이 뒤죽박죽 섞여 교복 박람회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제주항공, 이스타 항공, 에어부산, 진에어등 수많은 제주행 비행기들이 있었고 모두 학생들이 가득 줄을 서있었다. '아... 수학여행 시즌이 지금인가?' 아득한 옛 기억을 떠올리려하다 이내 포기했다. 너무 아득하기에.

내가 탄 비행기 날개 뒤쪽 좌석은 이미 여고생들이 전부 접수를 했고 그들 사이에 앉아있는 나는 재잘거리는 소리에 압도당했다. 이렇게 시끄러운 비행기가 또 있었나.

"언니 이뻐요~ 이뻐요!" 하는 소녀들의 외침에 안전벨트와 산소호흡기 설명을 마친 승무원이 입을 가리고 수줍게 웃었다. 설명 끝나고 소녀들이 박수를 쳐주고 호응해주는 광경에는 훈훈함이 넘쳤다.

문득 학생들이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가는 이유가 떠올랐다. '아... 2년전 그날 이후로 더 이상 배를타고 학생들이 제주도 가는 일은 없겠구나' 싶었다.

2년전 배를 타고 제주도를 향했던 그 학생들도 이만큼 활기차고 이만큼 따뜻했겠지. 용돈을 받았다며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올랐을 그들이었을테다.

잠깐 자고 일어나니 비행기는 어느덧 제주에 도착해 있었다. 다른 사람이 먼저 나가도록 뒤에서 기다리는 학생들을 뒤로한채 난 먼저 빠져나왔다. 제주도에 도착해서 잔뜩 신난 모습들이었다.

부디 바다에 잠들어 있는 그 아이들의 몫까지 신나게 즐겨주기를 바랬다.

...잊지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