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내 모니터 가장자리 뒤에 보이는 흰 벽지위에 검은 점이 생겼다. 뭔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리 6개가 눈에 들어왔다. 거미같은 다리가 6개. 그리고 날개가 보인다. 아뿔사, 내 방에 모기가 들어왔다.

구멍

모기를 죽여야겠다는 생각보다 먼저 떠오른건 ‘도데체 어디를 통해서 들어온걸까?’ 였다. 이상하다. 난 분명 어제 실리콘으로 창틀에 난 구멍들을 막았고, 비닐로 창문을 가렸으며, 제대로 창문을 열어 본 적이 없다.이 놈은 도데체 어디서 어떤 구멍을 뚫고 들어오는건지 알 수가 없다.

내 눈의 파동

“이 녀석은 당장 죽여야 겠다”라는 생각이 든 찰나 모기가 유유히 비행을 시작했다. 마치 X-Men의 싸이클롭처럼 내 눈에서 어떤 물리적 광선이 나오는 것이었는지 내가 손을 움직이기도 전에 이 녀석은 유유히 비행을 시작했다. 사람의 살기란 어떤 에너지를 가지는 걸까?

회심의 일격

나의 모든 집중력을 모아 광속으로 손을 움직여 벽을 쳤다. 나의 회심의 선빵이 실패하고, 난 추가타를 날렸다. 3타, 4타, 5타로 이어지는 나의 연계 초필살기를 녀석이 모두 회피했다. 마치 취권을 하는 듯이 유유자적한 움직임은 나를 더 날뛰게 했다.

장애물

6,7,8타를 날리려고 하는데 옷이 나를 가로막았다. 이런 시베리안. 이 녀석이 장애물이 많은 곳으로 이동했다. 옷을 마구 흔들어 녀석의 반응을 유도했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나는 모기녀석을 더 이상 찾을수 없었다.

레이더망 개시

눈은 모니터를 바라고 보고 있었지만 나의 청각과 촉각은 내 주위 360도를 감지하고 있었다. 책상위에는 전기 모기채를 놔두고 원샷원킬을 다짐하며 “도발하면 궤멸한다”를 마음속에 새기고 또 새기고 있었다. 공기가 흔들리기만 해도 모기채를 휘둘러 감전사 시킬 준비가 되어있었다.

비겁한 모기

모기를 처음 발견하고 나서 5시간이 지났지만 모기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방을 한 번 훑어보았다. 침대 이불을 흔들어보기도 하고, 옷을 한번씩 휘젓기도 하고 부채를 들고 온 방에 부채질을 했지만 모기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게릴라전엔 안 당한다!

내가 잘 때 나를 공략하겠다는 승산이겠지만 난 오늘 밤 선풍기를 틀어놓고 잘 것이다. 모기녀석의 하찮은 수를 나는 다 읽고 있다구! 그래도 왠지 그 모기녀석과의 심리전에서 졌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왜일까.

*Cover Photo from Remi Boissonnas Flickr Accou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