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역

밤 9시 정자역. 수많은 버스들의 불빛으로 역은 여전히 분주하지만 버스정류장 앞의 나에게 까지 닿지는 않는듯 하다. 내 주위엔 적당한 어둠이 남들과 나 사이를 채워주고 있다.

해가 지고나니 사람들도 경계심을 풀었는지, 빤히 사람들의 얼굴을 훑는 나의 눈초리에도 별 경계심을 보이지 않는다. 마치 이 정도의 어둠이면 충분히 다른 사람따윈 신경안써도 된다는 듯이.

스마트 폰을 무표정으로 들여다보던 사람들 앞에 연두빛의 109-1번 마을버스가 조용히 멈춰선다.

버스 앞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하나하나 스마트 폰을 내려놓고 활짝 열린 그 문을 바라볼때 마다 무표정했던 얼굴에 생기가 살짝 돈다. 웃음이 그 딱딱한 표정 사이의 틈새로 삐져나오는 것이 보인다.

"이제 마지막 관문이다."

내일 출근을 걱정하며 잠드는 직장인들에게 쉼의 문턱에 오른 지금 이 순간이 하루중 가장 행복한 찰나일테다.

손에 모래를 한 모금 쥐고 해변가를 걸으며 흩뿌리듯이 연두색 마을버스는 동네 곳곳을 다니며 사람들을 흩뿌리며 다닌다. 버스문에서 가루처럼 떨어져나간 사람들은 빠른 종종걸음으로 어둠이 내린 아파트의 숲으로 스며들어간다.